전투 능력 평가 보고서
이름: 에페스
콜사인:
전투 능력 평가 등급 총평: B+
파일럿이 메크 운용 경험이 없음
선체 내구성과 기동성을 관리하는 데 있어서 익숙하지 않음
다만 전자전 부분에서의 빠른 이해와 공격적인 활용 능력이 부각됨
특이사항: 전장 파악을 통한 아군 보조 능력 척도가 높음
이상적인 『인간』을 만들어내려던 스페이스 콜로니 『케이론 P-5』의 첫 결과물은 실험체 0호였다.
반항하는 것을 막기 위해 구속복을 입히고 무언가를 주입한다, 어느 화면에서 보여지는 무언가를 보고싶지 않아도 계속 보게끔 만든다, 수술대 위에 올라 눈을 감겨 마취 이후의 고통을 받게 만든다, 대부분을 약물에 찌든 채 보낸다.
실험체 0호에게 주어졌던 반복되는 스트레스는 그들 자신이 의도하지 않았던 결과를 야기했다.
공감과민, 혹은 과공감자.
타인에게 주어지는 자극을 자신의 것처럼 받아들이는 것 뿐 아니라, 자신이 느끼는 것을 원하던, 원치 않던 퍼뜨려버릴 수 있는 것.
스스로의 인지, 스스로의 감정을 남에게 강제할 수 있는 능력이 당시의 실험체 0호에게 발현되는 것은 그야말로 시한 폭탄으로 변모해버리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하나의 감정과 고통이 제어할 수 없을 정도로 퍼지게 되어버려 실험을 진행하던 연구원들이 피를 쏟고 죽어나갔을 때, 그들은 무언가가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0호에 대한 실험은 폐기되었다.
가장 큰 사유는 해를 입힐 수 없었다. 거울을 통해 빛이 반사되듯, 그들은 자신들의 악의 가득한 호기심, 처분해야 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살의와 같은 감정에 노출되어야 했다.
케이론은 해결 방법을 찾지 못했고, 0호가 있는 섹터를 봉쇄하는 결정을 한다. 영양액으로 가득 찬 포드에 가둬놓아 제어할 수 없는 것을 언제까지고 감춰두는 것이 최선의 결정이었다.
실수로라도 열리는 날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당 섹터의 존재를 지워버리고 격벽으로 막는다.
자의인지 타의였는지, 자의식이 깨어있는 0호가 외치는 도움을 구하는 목소리는, 격벽 너머로 새어나오지 못했다.
그랬어야 했다.
어느 날, 0호를 가둬놓은 섹터의 격벽이 열렸다.
격벽이 열렸다는 것은, 도움을 구하는 목소리가, 그동안의 고통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퍼질 수 밖에 없었다.
그 뒤로는, 아무것도 기억할 수 없었다.
“… 정신을 차렸을 때에는, 드라이젠과 함께 『케이론』을 벗어나고 있었어요. 얼마 지나지 않아서, 곧 여기에 도착하게 되었고요.
… 보내주신 제 전투 능력 평가 보고서, 방금 확인했어요. 말씀드릴 수 있는 게 없어서 걱정했는데, 이렇게라도 보여드릴 수 있어서 다행… 이에요.
실망시키지 않을게요. … 그러고보니 콜사인, 정해오라고 하신거죠?"
《윈터 WINTER》. … 이거라면 좋을 거 같아요.“